순수한 진심에 적당한 연민과 어설픈 욕심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감정.
언제나 선뜻 물러날 수 있지만 무거운 두 발이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

아마도 그 날은,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비가 한 움큼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고 기억한다.
“오늘 비 온다는 얘기 있었나요?”
“네, 아마.”
“그럼 파전에 막걸리 하실래요?”
“네?”“초면에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사실 술이 마시고 싶은데 딱히 불러낼 사람이 없어서요. 불편하시면 다음에…….”
“괜찮아요. 어디로 갈까요? 아는데 있으세요?”
혜란은 괜찮다고 대답을 해놓고도 스스로 놀랐다. 처음 본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잘하는 성격이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술을 마실 정도는 아니었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팀장님한테 메모만 남겨놓고 나올게요.”
“아, 네.”
웅현이 자리를 뜨고 나자 혜란은 주먹을 쥔 손으로 이마를 몇 번이고 두드렸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는 생각으로부터 온 자책이었다. 그냥 다음에 마시자고 할 걸 그랬나, 너무 쉽게 대답한 건 아닐까, 낯가림이 없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처음 만났는데 바로 술부터 마시는 것도 이상하진 않을까…… 도대체 뭐에 끌렸을까. 수만 가지 생각이 혜란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나가요, 우리.”
“네? 네.”
“원래 그렇게 잘 놀라요?”
“네?”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왜 이렇게 깜짝깜짝 놀라요. 네? 네? 하면서.”
웅현은 그런 혜란이 귀엽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제야 혜란은 웅현의 볼에 움푹 파인 보조개에 끌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혜란은 웃는 모습이 예쁜 남자에게 자주 반하곤 했다. 스무 살 때 만났던 남자친구도 사실 그의 웃음에 반해서였다. ‘쿡쿡’ 거리며 웃는 그의 모습은 혜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뒤로도 웃음이 예쁜 남자를 종종 만나곤 했다. 혹은 다른 이유로 만난 남자친구에게서도 시간이 흘러 예쁘게 웃는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웅현과 혜란은 저녁 6시가 못된 이른 시간에 술집으로 들어갔다. 둥그런 양철 테이블이 대여섯 개쯤 놓여있고 천장에 달린 조명은 몇 개쯤 꺼져서 어둑어둑하고 허름한 술집이었다. 아르바이트이긴 했지만 처음 만나는 자리라 꽤나 신경 써서 입고 갔던 혜란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해물파전 하나랑 누룽지 막걸리 한 병 주세요.”
“일은 왜 그만뒀어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일 시작했더니 좀 쉬고 싶었어요.”
“지금 몇 년차에요 그럼?”
“지금도 일하고 있었다면 5년차요.”
“아 그렇구나. 갑자기 술 마시자고 해서 저 이상한 놈으로 보는 거 아니죠?”
“조금?”
“아.”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혜란은 ‘조금?’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웅현은 장난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 혜란은 쿡쿡거리며 웃었다.
“주말엔 보통 뭐하세요?”
“아, 이거 소개팅 하는 자리 같은데요?”
“하하, 뭔가 얘기는 해야 할 것 같고, 아직 서로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고….”
“영화 좋아하세요? 전 주말 내내 집에 처박혀서 영화를 본 적도 있어요.”
“밥도 안 먹구요?”
“밥이야 먹죠.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배는 고프니까.”
“아. 어떤 영화 좋아하시는데요? 장르 구분 없이 좋아하시는 건가?”
“주로 옛날 영화를 좋아해요. 봤던 영화를 몇 번씩 보기도 하구요. 저번 주에는 청춘 스케치 봤네요. 벌써 5번째 보는 거예요. 혹시 봤어요?”
“아뇨. 그런데 거기 나오는 대사는 알고 있어요. This is all we need. A couple of smokes, a cup of coffee, and little bit conversation. You and me and five bucks.”
“아, 그 대사! 에단 호크의 개똥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 중에 하나죠.”
“개똥철학이요?”
“네. 보시면 알아요. 혹시 비포 선셋이나 비포 선라이즈 보셨어요?”
“아뇨. 그 영화도 못 봤네요. 전 주로 역사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아 그렇군요. 기회 되시면 꼭 보세요.”
혜란은 웅현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스무 살 때 쿡쿡 거리며 웃던 남자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역사물을 좋아하던 혜란과 달리 그는 로맨틱 코메디물을 좋아했다. 사귄지 1년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던가, ‘킹덤 오브 헤븐’을 보고 싶어 하던 그녀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로맨틱 코메디물을 보려고 했던 그가 맞붙었다. 사실 ‘킹덤 오브 헤븐’은 러닝타임이 장장 2시간 20분이나 되는 긴 영화여서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영화이기는 했다. 결국 그 날은 그가 원하는 대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킹덤 오브 헤븐’은 결국 다른 친구와 봤으니까. 역사물과 로코물 사이. 혜란과 그의 사이는 딱 그만큼 멀었다. 웅현이 주문한 파전과 막걸리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파전과 뽀얀 막걸리가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아, 역사물 좋아하시면 혹시 킹덤 오브 헤븐 보셨어요?”
“네.”
“감독판으로도 보세요. 한 3시간쯤 되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보셔야할 거예요.”
“괜찮아요. 그런 영화 좋아해요.”
“아이언 마스크도 보셨겠네요?”
“봤던가? 사실 한번 보고 나서도 잘 기억 못해요. 책도 그렇고, 심지어 사람 얼굴도 잘 기억 못하는 편이라…. 책도 영화도 다시 보면 아! 하게 되고 사람도 상대방이 뭔가 알만한 사건을 가지고 아는 척 해야 그제야 아! 하게 되는 거죠.”
“다음에 저도 초면인 것처럼 대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닐 거예요. 이렇게 같이 술도 마시는 데 기억 못하면 그건 정말 문제가 있죠.”
몇 시간쯤 흘렀을까. 파전 이외 몇 개의 안주가 더 테이블에 놓이고 몇 개의 막걸리 주전자가 갈아치워졌다. 웅현은 보기 좋게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혜란도 그의 얼굴만큼이나 붉은 빛을 띄었다. 그 사이 수많은 영화와 책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이따금씩 공감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뒤섞여 공기 중에 나돌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혜란은 자신과 웅현이 참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웅현 역시 그렇게 여기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안녕 추파춥스 키드라는 책 봤어요?”
“아뇨.”
“희수라는 여자가 대희라는 남자에게 휴대폰 번호 대신 이메일 주소를 건네줘요. 읽는 동안에는 그게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거 알아요? 그렇게 느리게 가기 위해선 포기해야만 하는 것도 있어요. 하루에도 수없이 외로움과 그리움에 대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운명 같은 사랑이나 가슴 아픈 헤어짐에 대한 책들도 쏟아져 나와요. 우리를 재촉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한 수많은 자극을 견뎌내며 사랑을 이어나가기에 어쩌면 편지는 어리석은 짓인지도 몰라요. 그게 손 편지가 아니라 이메일이라고 할지라도. 버튼만 누르면 상대방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일이 있는데, 눈앞에 뻔히 보이는 길 대신 한참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난 그래서 좋아요. 적당히 거리를 둘 수도 있고. 남녀관계에는 언제나 일정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동행과 동반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요? 동행은 나란히 평행선을 따라 걷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반은 내 등에 상대방을 업고 그 길을 걷는 거죠. 저는 동반보다는 동행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지치지 않게 곁에서 바라봐주면서, 그게 서로에게 좋은 일 같아요.”
혜란은 그때 눈치 챘어야 했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그 이야기를 끝으로 혜란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쉽게 취하는 법이었다. 눈을 뜨니 집이었고 어떻게 되돌아왔는지 혼자서 왔는지 그가 데려다주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그 뒤로도 혜란은 웅현과 몇 번의 술자리를 가졌다.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이야기의 주제는 늘 영화와 책이었다. 웅현은 다양한 시대와 장르에 걸쳐 많은 영화를 알고 있었고 혜란은 그 중 일부만 아는 정도였지만 둘의 이야기는 끊길 줄 모르고 흘러갔다. 성인 남녀 둘이 만나 술을 거나하게 마시면서, 이따금씩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일 하나 없이 2개월 동안 관계를 지속시켜나간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껏 가벼운 만남을 유지해오던 혜란에게 어쩌면 그 관계는 신선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점점 그에게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알면서도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으니까. 어떠한 문제점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서 그 해결방법까지 알게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웅현을 만난 지는 벌써 1년이 넘었고 그동안 혜란의 곁에는 수많은 남자가 스쳐지나갔다. 웅현은 어떤 식으로든 가질 수 없는, 아니, 곁에 둘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혜란은 웅현은 웅현대로, 다른 남자는 남자대로 구분지어 만나기 시작했다. 지금 혜란을 꼭 끌어안은 채 잠든 김건, 이라는 이름의 남자도 그 중에 하나였다. 웅현만큼이나 영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다는 점에 혜란은 끌렸다. 그러나 그 뿐, 더 이상 그에게서 웅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제 정말 헤어질 때가 된 것이었다.
“배고프다. 밥 먹으러 나가자.”
화장실에서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온 건이 혜란에게 말했다. ‘그래요’라고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혜란에게 건은 살짝 입맞춤을 하고는 돌아서서 거울을 보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 순간에도 혜란은 건에게 어떤 식으로 이별을 이야기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리 착하게 부드럽게 속삭이듯 말해도 이별은 늘 아프고 불편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아야하는, 어쩔 수 없는 그런 일. 모텔 밖으로 나온 혜란과 웅현은 근처 감자탕 집으로 향했다. 전혀 배고프지 않았지만, 게다가 감자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혜란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건을 따르기로 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건은 배가 꽤 고팠던지 허겁지겁 감자탕을 먹었고 그때 불쑥 혜란이 말을 꺼냈다.
“뭐? 왜?”
“그냥요.”
“다른 남자 생겼어?”
“아뇨.”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밥을 먹던 건이 혜란을 쳐다보며 말했다. 왜라니, 이별에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걸까. 이유가 필요하다면 몇 가지쯤 거짓으로 둘러댈 수도 있었다. 그 중에 웅현도 있을까.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밥 먹다 말고 해?”
“그럼 어디서 얘기해요. 어차피 해야 할 이야기였어요.”
“헛, 참.”
“지겨워요 이제.”
“너 지금 내가 얼마나 황당한지 모르지? 그럼 너 우리 부모님은 왜 만났어?”
“오빠가 인사드리러 가자고 하기도 했고, 크게 싫을 이유가 없었어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 내가 너랑 결혼까지 생각하는 줄 몰랐냐고.”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를 묻는 거라면, 미안해요. 난 아니었어요.”
건은 손으로 들고 먹던 뼈다귀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식당 안에 있던 몇몇이 놀라 숨을 죽이며 둘을 쳐다봤다.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님은 확실했다. 보는 입장에서도, 보여주는 입장에서도 썩 유쾌하지 않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
“싫어요. 우리 그만해요.”
분을 이기지 못한 건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나중에.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어쩌면 건은 한동안 연락을 안 할 지도 모른다. 어느 날엔가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리며 치솟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연락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곤 화를 내거나 설득하거나 이유를 분명하게 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건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혜란은 메일 끝에 집 전화번호를 적었고, 이제 웅현의 전화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2010년 3월, 누군가와 헤어지고 또 누군가를 기다리기에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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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인상적이였던 대사, "이것만 있으면 돼. 담배 두 개비, 커피 두 잔, 약간의 대화, 너와 나, 그리고 5달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런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행복 - 유치환

지식/시 2011/10/21 00:49
행 복 -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Murray(2003)는 다양한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 대해서 양적인 연구를 시도한 바 있다. 그는 위인들의 업적을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평가하게 하여 수량화 했을 뿐만 아니라 위인들의 전기를 분석하여 개인적 특성과 환경적 특성을 수량화하여 이들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물론 수량화된 자료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입증하기 위한 기본적인 작업이 이루어 졌다. 각 분야의 '정상'에 있었던 수백 명의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첫째, 한 개 이상의 전문 분야에서 정상에 이르렀던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즉, 한분야의 정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것이 필요했다. 여러 분야에서 발군의 업적을 남긴 아리스토텔레스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어떤 분야이든 정상의 위치에 도달한 사람들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이었다. 천부적 능력을 타고난 인물들도 그러한 능력을 발현시키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 탁월하다고 평가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시간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셋째, 한 분야에서 정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멘터나 스승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연구에 포함된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의 성취와 인생에 도움을 준 멘터들을 지니고 있었다. 멘터는 대부분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지식과 기술을 전수해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 부야의 중요성과 의미를 심어줌으로써 동기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넷째,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장소에서 사는 것 역시 중요했다. 즉, 개인의 재능과 역량을 자극하고 개발하며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했다. 일반적으로 번성하는 사회나 정치적/재정적 중심지가 되는 도시에서 보다 탁월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하는 경향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지닌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시대와의 만남도 중요했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업적은 문화적 분위기에 의해서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이기적 목적보다 다른 사람과 사회, 나아가서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기초월적 가치를 강조하는 문화에서 위대한 업적이 성취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개인의 역량을 존중하고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효능감을 지니도록 만드는 문화적 분위기 역시 중요했다.

이러한 결론은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직업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흥미와 능력을 확인하고 그에 적합한 전문영역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그 분야의 훌륭한 스승을 찾아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배우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전문적 활동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활동에 있어서 자신의 능력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Peterson, 2006).

Csikszentmihalyi(1975, 1997)에 따르면, 몰입은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심취한 무아지경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몰입상태에서는 평소와 다른 독특한 심리적 특성이 나타난다.

첫째, 몰입상태에서는 현재 과업에 대한 강렬한 주의집중이 일어난다. 모든 주의 용량이 완전하게 현재 과업에 투여되기 때문에 과업 이외의 활동에 대한 인식이 현저하게 약화된다. 이러한 주의집중은 애써 노력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제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둘째, 몰입상태에서는 행위와 인식의 융합이 일어난다. 현재 하고 있는 활동에 푹 빠져서 그 활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관찰자적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아의식도 사라지게 되어 흔히 이러한 상태를 '무아지경' 또는 '몰아지경' 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의식을 잃은 혼수상태와는 다른 것이다. Csikszentmihalyi에 따르면, 몰입상태에서 자아는 완전히 기능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셋째, 몰입상태에서는 자기와 환경의 구분이 거의 사라질 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도 망각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지각이 변형되어 시간이 보통 때보다 빨리 지나가고 많은 일들이 짧은 시간 안에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넷째, 몰입상태에서는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을 장악하고 있는 듯한 강력한 통제감을 느끼게 된다. 활동의 진행이나 성과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고 주의집중이 일어남에 따라 완전한 통제력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몰입 경험은 그 자체가 즐거운 것으로서 자기충족적인 속성을 지닌다. 몰입하고 있는 활동은 다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한 내재적 동기에 의해서 일어난다.

Bryant와 Veroff(2007)는 향유 경험의 두 가지 분류차원, 즉 주의초점의 방향성과 내향적 분석 여부를 모두 고려하여 네 가지의 향유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그 첫째는 감사하기(thanksgiving)로서 자신에게 긍정적 경험을 제공해준 대상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낄 뿐만 아니라 그에 기여한 사람이나 환경에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긍정적 경험의 원천에 대한 인지적 과정과 외부적 귀인이 필요하다.

둘째는 경탄하기(marveling)로서 긍정적 경험에 몰입하는 동시에 그러한 경험을 제공한 대상에 대해서 경외감 또는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긍정적 경험을 새롭고 놀라운 것으로 여기며 감동하거나 경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악인이 높은 산의 정상에 올라 자연의 웅대함에 경외감을 느끼거나 베토벤의 음악에 감동하여 감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는 자축하기(basking)로서 긍정적 경험과 성취에 대해서 스스로 축하와 칭찬을 하게 됨으로써 자긍심이 증폭된다. 자신의 몸에 따스한 햇볕을 쪼이며 일광욕을 하듯이, 긍정적 경험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따뜻한 축하와 칭찬을 함으로써 행복감이 증진될 수 있다. 지나친 겸손과 자기비하는 행복감을 억제하게 된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은 최대한 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심취하기(luxuriating)는 긍정적 경험에 수반하는 신체적 쾌감과 정서적 흥분을 자세하게 다각적으로 체험하며 만끽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취하기를 통해서 긍정적 체험이 세밀하고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연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와인 애호가는 와인을 마시며 그 맛과 향을 세밀하게 느끼며 심취함으로써 더 많은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Schmidt와 Sermat(1983)는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의 영역을 크게 네 가지 영역, 즉 (1) 가족관계, (2) 낭만적 또는 성적 관계, (3) 교우관계, (4) 사회적 소속관계로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네 가지 영역 중 어느 한 영역의 인간관계가 결핍되어 있거나 불만족스러울 때 고독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종류의 동반자가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 필요한 동반자 중 첫째는 가족 동반자(familial partner)이다. 가족 동반자는 부모, 형제자매, 가까운 친척과 같이 가족애를 나눌 수 있는 혈연적 동반자를 뜻한다. 가정의 모든 것을 공유하며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신뢰하는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동반자들이다. 가정은 인생이라는 등반에 있어서 베이스캠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회생활 속에서 지쳐 피곤해진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고 힘을 비축하는 곳이다. 이러한 가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지원해줄 수 있는 가족적 동반자는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구성원간의 관계가 소원하고 화목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인간관계가 원만하다 해도 고독을 느끼게 된다.

둘째, 우리는 낭만적 동반자(romantic partner)를 필요로 한다. 낭만적 동반자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연인 또는 애인을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낭만적 사랑에 대한 욕구와 성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다. 낭만적 동반자는 이러한 인간관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애정 상대를 의미한다. 즉, 낭만적 사랑과 연애감정을 느낄 수 있고 육체적 친근감을 통해 성적인 욕구를 나눌 수 있는 이성상대를 뜻한다. 이러한 낭만적 동반자는 연인관계를 맺게 되는 애인을 말하며 결혼을 통해 부부관계를 형성한 경우에는 배우자(남편 또는 아내)를 말한다.

셋째, 우리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사교적 동반자(social partner)이다. 사교적 동반자는 교우관계를 통해 우정을 느낄 수 있는 친구를 뜻한다. 이러한 동반자는 혈연관계나 직업적 이해관계보다는 개인적인 친근감과 신뢰에 바탕을 두고 긍정적인 정서적 교류를 하는 친구를 말한다. 친구는 서로에 대한 호감과 공통관심사에서 출발하여 서로의 개인적 정보를 공개하게 되고 따라서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친밀감을 느끼는 편한 사람이다. 나아가서 생활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괴로움을 함께 나누며 서로 돕는 인생의 중요한 동반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같은 또래의 동성 간에 이러한 사교적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사교적 동반자에는 동향친구나 동문친구처럼 어린 시절부터 같은 고향에서 자랐거나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지연 또는 학연에 근거한 일차적 교우관계와 개인의 성격, 가치관, 신념, 취미, 관심사와 같은 개인적 기호의 공통성에 근거한 이차적 교우관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중요한 동반자는 작업적 동반자(working partner)이다. 작업적 동반자는 일을 함께하는 동료를 뜻한다. 인간은 추구하는 공통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목표지향적인 공동체에 속하게 된다. 작업적 동반자는 이러한 목표지향적 활동을 협력적으로 행하게 되는 일의 동반자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직업적 활동을 함께하는 직장동료, 같은 분야의 공부를 함께하는 학우, 가치나 이념의 실현을 위해 함께 활동하는 동지가 작업적 동반자에 해당된다. 흔히 작업적 동반자는 사교적 동반자와 중복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가 항상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듯이, 작업적 동반자와 사교적 동반자는 여러 가지 점에서 구분된다. 작업적 동반자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지향성을 가지는 반면, 사교적 동반자는 함께 달성해야 할 특정한 목표를 지니지 않는다. 작업적 동반자와의 관계는 업무 중심적 인간관계인 반면, 사교적 동반자와의 관계는 애정 중심적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작업적 동반자는 추구하는 목표가 달성되면 관계가 해체되지만, 사교적 동반자는 서로의 개인적 친밀감이 유지되는 한 관계가 지속된다. 이러한 네 가지 동반자는 우리 삶의 주요한 인간관계 영역을 나타낸다. 이러한 네 가지 동반자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친밀하고 효율적인 관계를 형성할 때 우리는 삶의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들 중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동반자가 결여되었거나 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우리는 고독과 불행감을 느끼게 된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남이 한번에 잘하면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잘하거든 나는 천 번을 하라
이렇게 하면 어리석어도 반드시 현명해지며
유약해도 반드시 강해진다.

人一能之, 己百之,人十能之, 己千之. (인일능지 기백지 인십능지 기천지)
果能此道矣, 雖愚必明, 雖柔必强. (과능차도의 수우필명 수유필강)

中庸
헝클어진 머리칼

18, 「清水(きよみづ)へ、祇園(ぎをん)をよぎる、櫻月夜(さくらづきよ)、こよひ逢ふ人、みなうつくしき」 기요미즈에, 기온 지방을 지나는 벚꽃 핀 달 밤 오늘 밤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아름답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