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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2 요술 - 한용운
  2. 2008/03/19 한용운 - 인연설

요술 - 한용운

지식/시 2010/08/22 21:12

가을 홍수가 작은 시내의 쌓인 낙엽을 휩쓸어 가듯이,
당신은 나의 환락의 마음을 빼앗아 갔습니다.
나에게 남은 마음은 고통뿐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가기 전에는 나의 고통의 마음을 빼앗아 간 까닭입니다.
만일 당신이 환락의 마음과 고통의 마음을 동시에 빼앗아 간다.하면,
나에게는 아무 마음도 없겠습니다.

나는 하늘의 별이 되어서 구름의 면사로 낯을 가리고 숨어 있겠습니다.
나는 바다의 진주가 되었다가,
당신의 구두에 단추가 되겠습니다. 
당신이 만일 별과 진주를 따서 게다가 마음을 넣어         
다시 당신의 님을 만든다면, 그때에는 환락의 마음을 넣어 주셔요.
부득이 고통의 마음을 넣어야 하겠거든,
당신의 고통을 빼어다가 넣어 주셔요   
그리고 마음을 빼앗아 가는 요술은 나에게는 가르쳐 주지 마셔요.
그러면 지금의 이별이 사랑의 최후는 아닙니다.

                                      인연설

                                                                한 용  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헤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고 싶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가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지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애처롭기까지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 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 사람의 기쁨이라 같이 기뻐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않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렵니다.